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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 0, 팜플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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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시작은 팜플로나에서.
생장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는건 두번 다시 못할짓이라 생각했고, 생장까지 가기 싫었던 탓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건 팜플로나 공립 알베르게.
많은 수용인원 탓에 여기저기서 대화 소리가 들린다.
모두 화기애애한데 나 혼자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져 외로운 느낌이다. 그런데 듣다보니 거슬릴정도로 너무 시끄럽다.


팜플로나에서의 기록을 남기자면, ’2번‘이다.
여기에 머무르는 것도 2일이다. 오늘 방문한 성당도 2곳이다. 팜플로나 시내를 돌아다니며 두려움과 모험심 두가지 감정을 느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장소를 피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당당해지고 싶은 바람과 수치심을 느꼈다. 여기 공립 알베르게는 세탁은 무료, 건조기는 1유로인데 나는 2유로를 넣었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건조기 작동 시간이 원래보다 2번 더 추가됬다. 장을 보며 치즈랑 햄을 하나씩 산줄 알았는데, 숙소에 와서보니 두개씩 샀더라. 내일 길을 떠나면 같은 길을 두번 걷게 되기도 한다. 처음에 썼던 글이 저장이 안되어 또 쓰고 있다.

어제 저녁 8시에 기절해서 그랬는지 오늘은 새벽 5시쯤 일어났다. 원래 계획은 퇴실 시간인 10시에 나와 팜플로나 시내를 구경하고 공립 알베르게로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찍 일어난김에 7시 반쯤 길을 나섰다. 아침 출근길이 아니라 산책하러 나간터라 공기가 상쾌했다. 알베르게에서 만난 한국 언니와 함께 팜플로나 도시 끝까지 가기로 했다. 내 기억으론 팜플로나에서 강길을 걸었던 것 같아서. 그길을 다시 걷고 싶었다. 그런데 팜플로나엔 내가 기대했던 강이 없었다. 다른 지역을 혼동하고 있는건가? 내 머리는 참 나쁘다.


팜플로나 도시 끝에서 언니랑 헤어지고, 지나가는 길에 눈여겨 보았던 공원에 들렀다. 요새처럼 생긴 성벽 주위로 공원을 조성해 놓았더라. 낯선 곳이라는 두려움과 그곳을 정복하는 듯한 모험심을 느꼈다. 흥미가 가는 곳으로 갈 수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었구나.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내를 돌아다니며 성당에 들러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길,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잘되길 빌었다. 촛불도 켜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기도만 했다.


공립 알베르게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간 그곳엔 대만 언니가 먼저 와 있었다. 짧은 영어로 함께 대화를 나눴다. 같은 동양인이라 반가웠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침대로 썼다. 처음으로 이층 침대를 사용해봤는데 생각보다 무섭진 않았다. 대만언니가 추천해준 카페에 저녁 먹으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더라. 그래서 동네를 배회하다 결국 장을 본것으로 허기를 달랬다. 사람 많은 곳은 왜 피하는 것일까? 아직 사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출발 하기전 가장 기대했던 팜플로나. 기대했던 풍경은 만나지 못했지만, 예상외 장소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시작이 좋은 편이지 뭐. 내일 드디어 시작하는 산티아고 길. 무사히 잘 마칠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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