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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 1, 팜플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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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산티아고 순례길. 대망의 첫날.
오늘은 팜플로나에서 시작해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간다.
어제도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기대해서인지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출발할 준비를 하더라. 나도 덩달아 나갈 준비를 하고, 어제 만난 대만언니에게 오늘 같이 걷자고 제안했다. 함께 알베르게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7시 반쯤 출발했다.

밤새 비가 왔는지 바닥은 젖어 있었다. 첫날부터 비라니. 다행히 우비를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다. 알베르게 앞에서 인증샷을 믹고 출발!! 어제 걸었던지라 팜플로나를 벗어나는건 어렵지 않았다. 비가 와서 그럴까? 어제 맑은 날씨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걸으며 많은 사람을 마주했는데, 오늘은 안보이더라.


팜플로나를 벗어나자 푸릇푸릇한 풍경이 펼쳐졌다. 마음이 평온해지며 신이 났다. 나는 대도시보다 시골 풍경을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촌에서 자라 익숙하게 느끼는지도 모르지. 저질 체력인 내가 첫날 잘 걸을수 있을까? 걱정과는 달리 아주 잘 걸었다. 중간에 발바닥이 아프긴 했지만 걷다보니 괜찮아 지더라. 고통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아침에 조금씩 내리던 비는 점저 굵어졌다. 급하게 우비를 쓰고 가다 처음 만난 마을. 커피를 마시며 쉬려 들어가 우비를 벗었는데 왠걸. 방수가 하나도 안되 머리며 옷이며 가방이 젖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일기예보를 보니 하루종일 비. 무사히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갈수 있으려나. 시작하자마자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우비라고 챙겨입고 나서는 길. 우비를 파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가방 젖는 걱정, 성주간인데 가게가 문 열까 걱정. 첫날부터 이래도 되는걸까.


우비 안감이 떨어져 나가면서 온몸에 하얀 가루가 묻었다. 점심을 먹으려 들린 바에서 무슨일이냐며. 너 오늘 테러블 데이라고. 그말을 듣는데 창피하더라. 왜 비옷을 잘못 챙겨와서 이런 당황스러움을 겪어야 하나. 오래된 비옷이라 확인하고 가져왔어야 했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않은 내 잘못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푸엔테 라 레이나. 동네를 구경하고 싶은데 옷 다 젖어서 못나간다. 숙소 도착하고 비가 그쳤는데, 나가려고 살펴보니 그새 또 비온다. 어제처럼 좋은 날도 있고, 오늘처럼 일이 안풀리는 날도 있지.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우비를 사야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가게 주인이 본인 우비를 선물로 주셨다. 비록 가방까지 덮을수 있는 비옷은 아니지만, 너무 감사하다!! 따수운 마음에 감동.

오늘은 꼭 샹그리아를 먹고 싶었는데, 오늘도 실패.
내일은 비 안오기를. 샹그리아를 마실 수 있기를.
괜찮은 장비를 갖추는걸 아까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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