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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 4.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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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day 4.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 27.7km


오늘도 6시 반쯤 기상.
집에선 8시 반에 일어나기도 힘든데 여기선 잘도 일어난다.
오늘은 로그로뇨까지 27.7km.
긴 길을 걸어야 하기에 일찍 출발 준비를 하고 7시 10분쯤 출발!! 바깥은 아직 어둡다.
어제 밥먹었던 바에서 아침도 하면 좋으련만, 문이 닫혀있다.

아직 어두운 로스 아르코스를 지나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까만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이 보였다.
순례길을 걸으며 매일 비 소식에 지쳤는데,
오늘은 날이 좋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드는 일출을 뒤로 한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다음 마을까지는 6.8km. 오솔길과 도로 옆을 번갈아 걷는 길이다. 맑은 하늘에 초록 들판이 펼쳐진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 순간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내가 못찍는건지 풍경이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계속 걸었다.

오늘은 유채꽃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에선 관광을 목적으로 유채꽃을 심는데,
스페인엔 무슨 이유로 유채꽃을 심었을까?
제주에서와 달리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러 오는 관광객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다.



날씨가 좋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봄. 꽃이 활짝 피어난 들판을 즐기며 걸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마을 비아나.
시간을 보니 12시다. 우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곳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 가는 길에 만났던 한국 부부를 만났다. 반가울수가. 남편분은 3번째, 부인은 2번째 걷는거란다. 대단하시다.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비아나에 머무를까 다음 마을인 로그로뇨까지 갈까 고민했다. 로그로뇨까진 9.27km 걸어야 하기때문이다.
시간도 널널하고 체력도 남아있는 것 같아 걷기로 결정!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발바닥이 엄청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9.27km는 생각보다 멀고 힘든 거리였다.
중간에 마을이 없어 걸을 수 밖에 없던 오늘.
이제 20km 이상은 걷지 않기로 결심했다.


숙소를 찾아 왔는데,
운영하고 있는것 같아보이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른 숙소로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문열어 주는 천사같은 프랑스 남자.
알고보니 내가 찾은 건 뒷문이었다. 옆에 작은 골목길 사이로 정문이 크게 있었다. 친절하게 안내해준 덕분에 무사히 체크인할 수 있었다. 목이 너무 말라 자판기에서 맥주를 하나 뽑아 마셨다. 이게 행복이지 뭐 별거 있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씻으려는데
따뜻한 물이 안나온다 ㅜㅜ 이런 젠장!!
난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여자라구!!
어찌어찌 씻고 슈퍼마켓을 다녀오는데
성주간이라고 휴일이라 모두 문을 닫았다.
한국은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가게가 많은데(사실
대다수가 문을 열지않나?) 스페인은 아니다.


아픈 발로 로그로뇨 산책을 시도했으나,
숙소 근처 애브로 강을 잠깐 걷고 숙소로 복귀했다.
돌아와보니 어제 숙소에서 만난 한국 남매가 와있더라.
오늘 혼자 한국인일거 같아 외로웠는데,
동지가 있다니 ㅎㅎ
저녁 같이 먹자고 말하려니깐,
방금 밥 너무 많이 먹었다고 저녁 못먹겠단다.
오늘도 혼밥 먹을 예정.

알베르게 마당, 벤치에 앉아 불타는 발바닥에 안티 푸라민을 발랐다. 밖에서 바르니 파스 냄새가 안난다. 근데 살짝 추운건 함정. 오스트레일리안 할머니 나탈리랑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영어가 안되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
진즉 영어 공부를 할껄.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쥬.

발바닥 마사지를 하며 보니
새끼 발가락 전체가 물집이다.ㅋㅋ
발 뒤꿈치는 쓸려서 다 까지고 ㅜㅜ
대일밴드도 안챙겨 왔는데,
처음 산티아고 길에선 문제 없었다고 방심했나보다.
내일은 스페인 휴일이 끝나니 약국도 문 열겠지? 내일은 산티아고 어플에서 추천해준 일정이 아니라
내가 소화할 수 있는만큼만 걸을 예정이다.
그래도 상관없는데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남이 정해준 길에서 벗어나는 것, 내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것. 아직 나에게 익숙하지 않나보다.
그래도 이 길을 걸으면서 나다운 선택을 연습하는 거지 뭐.

어제 저녁으로 먹은 빠에야는 엄청 짰다.
이틀 연속 짠 스페인 음식에 놀라 네이버 카페에
스페인 음식 추천 요청 글을 올렸다.
감사하게도 많은 조언과 음식 추천을 해주셨다는.
따수운 답변으로 감동을 주는 네이버 카페는 사랑. ㅎㅎ
오늘 저녁은 추천해준 메뉴 먹어봐야지!



추천 메뉴 먹으려는데
영어가 안되서 ㅋㅋㅋ
토마토 요리인줄 알았더니
포테이토 음식이었으 ㅋㅋ 그냥 웨이터가 주는 음식 먹는중.
맥주 먹었더니 살짝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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